안녕하세요. 팔방미남입니다. 오늘 묵상한 말씀은 마태복음 1:1~17입니다. 마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로 시작합니다. 오늘은 이 계보를 보며 제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마태는 왜 예수의 계보를 썼을까?

마태복음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계보가 나옵니다. 굉장히 졸리죠.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낳는지 누가 낳는 것만 보다가 시간이 다 갑니다. 그리고 또 왜 자꾸 남자가 낳는다고 하는지요.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는 것은 여자인데 말이죠. 이런 딴생각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걸 억지로 간신히 붙잡고 계속 읽어나갑니다. 마태는 예수의 계보를 통해 독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고 싶어 한 걸까요? 왜 마태는 첫 이야기를 그 재미없는 족보로 시작한 걸까요? 이런 질문들을 갖고 잠시 계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순수한 혈통을 강조하는 사회

우리 나라든 외국이든 혈통을 강조하는 것은 어딜 가나 존재하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고 하던 서자의 슬픔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순수한 혈통을 물려받은 자들은 마법사와 사람의 더러운 피가 섞인 머글들을 증오하죠. 네지도 휴우가 일족에서 천재라 불렸지만, 분가 출신으로 태어났기에 설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혈통, 계보, 족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나 그 영향이 강한지 현대로 오면서 그 의미가 점점 흐려지고 잊혀져가긴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는 공주가 있고, 영국에는 아직도 귀족들의 특혜가 존재합니다. 왜 이렇게 순수한 혈통을 강조하고 의미를 부여했을까요? 아마도 그들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태가 쓴 예수의 계보도 그럼 정당성 부여를 위해서?

마태가 계보를 제시한 것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세상에서 사용하던 공식과는 조금 다른 것이죠. 세상에서는 나와 너의 구별뿐만이 아니라,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지배가 존재합니다. 나는 순수하고 너는 더러우니 넌 나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공식 말입니다. 세상의 계보나 혈통은 오로지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할 근거로써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태가 예수의 계보를 제시한 것은 구약의 언약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마태는 예수가 곧 구약의 '그'임을 강조한다.

마태가 사용한 표현들을 살펴보죠. 본문을 살펴보면, "다윗의 자손"(1:1), "그리스도"(1:17)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표현들이 뭐길래 그리 특별할까요? 각 복음서마다 두드러진 특징들이 있습니다. 마가복음은 예수의 십자가를 좀 더 강조하고, 누가복음은 예수가 비유대인들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하여 강조합니다. 요한복음은 심상을 활용하여 예수의 존재를 표현합니다. 이와 달리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가 구약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였음에 좀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수의 계보를 살펴보고, "다윗의 자손"이나 "그리스도"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바로 메시아임을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14대 라는 숫자를 기술했을까?

또 계보를 보다보면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14대라는 숫자입니다. 마태는 이스라엘의 역사의 분기점들이 열네 대(1:17)로 구획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분수령이 될만한 인물이나 사건들이 우연찮게 열네 대에 걸쳐서 일어난 것입니다. 마태는 왜 이 14대라는 숫자를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을까요? 이는 "자, 봐봐. 지금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봤을 때 14대 째마다 분수령이 될만한 사건들이 있었지? 그런데 우리가 바벨론의 포로가 된 지 14대째에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했어. 이게 과연 우연일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의 출생이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하신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태의 핵심 포인트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

마태가 계보를 통해서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을 단어로 표현하면, 결국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혹시 '그리스도'의 뜻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리스도란 헬라어로 크리스토스(christos)로 '기름부음 받은 자, 곧 메시아'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해석하자면, '그리스도이신 예수' 혹은 '메시아이신 예수'인 것입니다. 이는 마태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인 것이죠. 구약에서 말하던 그 메시아가 바로 예수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이제는 졸지 않을래요.

마태복음의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사실 좀 힘들었습니다. 자꾸 반복되는 사람 이름과 동사들이 제 머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곤 했죠. 코딩에서는 반복된 구문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압축을 시키려고 프로그래머들이 머리를 쥐어짜곤 하는데요. 도대체 이 성경 구문들은 어떻게 압축이 안 될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성경 본문을 이렇게 묵상해보고, 주석도 참고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되네요. 계보를 보면 이제 이 단어만 떠오를 것 같아요. 예수 그리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