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팔방미남입니다. 오늘은 분당에 있는 정말 맛있는 소고기 정육점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저 '맛' 하나 때문에 자발적으로 쓰게 된 내돈내산 찐후기가 되겠네요. 제가 올해 초 운이 좋게도 한우 선물을 받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선물을 준 분께 혹시 어디서 고기를 구했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받은 곳이 바로 분당 구미동에 있는 한우돈가 정육점이었습니다.

한우돈가-정육점의-선물용-세트-고기-퀄리티
한우돈가 정육점의 선물용 세트 고기 퀄리티 (왼쪽부터 삼각살, 치마살, 살치살 600g씩)

전화응대도 친절한 사장님

마침 처가댁 내려가는 길에 뭘 사갈까 고민하다가, 이번에 맛있게 먹었던 한우를 사다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장을 검색해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남자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셔서 선물세트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제가 선물 받았던 고기 부위는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나기도 했고, 원래 소고기는 정육점 사장님께 그때그때 좋은 고기를 추천받는 게 낫다는 생각에, 이번 주에 들어온 고기 중 품질이 좋고, 상태 좋은 부위를 여쭤봐 결정했습니다. 금액은 다양하게 선택이 가능했고, 저는 식구가 많아서 양을 생각해 대략 20만원 정도로 요청했습니다. 혹시 택배 배송도 가능한지 여쭤보니, 택배도 가능하다고 하십니다.(뭔가 많이들 그렇게 하나 봅니다.) 저는 직접 픽업을 할 예정이어서 날짜와 시간을 말씀드리니, 그 시간에 맞춰서 준비해주시겠다고 하시네요. 사장님이 전화통화만으로도 뭔가 프로정신과 철저함이 느껴져서 신뢰가 부쩍 갔습니다.

깔끔한-한우돈가-정육점-매장
깔끔한 한우돈가 정육점 매장

고기 전문점다운 면모

도착해보니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아담한 매장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식사하는 공간이 아닌, 고기만 판매하는 정육점이면, 매장이 결코 작은 사이즈는 아니네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동네 슈퍼, 혹은 시장 내부처럼, 어딘가에 종속되어 있는 형태의 정육점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독립적인 공간을 가진 정육점은 많이 보지 못했네요. 전 이렇게 개인 사업하시는 분들에게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잘한 것까지 신경쓰고 생각할 게 많거든요. 하지만 재료의 수급이나 가게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좀 더 자유롭다는 점(이 덕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로지 사장님의 식견과 철학에 부합한 고기를 얻을 수 있음), 독립적인 공간이기에 종속되어 있는 형태보다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한 환경이라는 점 등, 이런 가게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사장님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일단 매장 외부에서 잠깐 봤을 때 고기 전문점답게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차는 아파트 단지 내부로 들어가니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주차했습니다. 매장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조리모자와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사장님이 맞이해주셨습니다. 제가 주문한 세트의 고기를 보여주신다고 하셔서 자세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선물세트 보자기에서 꺼내, 아이스박스에 담긴 고기를 보여주시면서 이름을 하나하나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전 제가 들은 내용을 5초 만에 까먹는 신기한 능력을 가져서... 매장 나오자마자 까먹었습니다. 정말 딱 3단어만 말씀하셨는데, 나중에 차에 타면서 뇌를 쥐어짜 내니 살치살과 치맛살 2개만 겨우 기억해내고는(사장님께 전화해서 다시 물어보니 문자로 친절히 부위명 보내주셔서 감동), 그거 뭐 되게 잘 기억해냈다고, 우쭐대며 아내에게 자랑처럼 말한 건 어쩔티비~

알고 보니 싸장님~
국가기술자격증 보유자

사장님께 전라도 광주에 내려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리니, 아이스 시원~하게 2팩 더 얹어주시니 이제 안심이네요. 포장하고 결제하는 동안 매장 내부를 살펴보았습니다. 내부 고기 진열장에는 신선한 생고기들이 제발 나 좀 오늘 먹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습니다. 종류가 무지하게 많더라고요. 한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가 즐겨먹는 반가운 돼지고기도 있네요. 아 그래서 한우'돈'가였군요. 그래~ 다음에 너네도 먹어줄게. 차례를 기다리렴~ 그리고 매장 왼편에는 자격증 같은 게 붙어있었는데, 식육처리기능사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습니다.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계시고, 삼성플라자에서 10년, AK플라자에서 13년 정육파트장 경력도 갖고 계시고, 한마디로 싸장님은 능력자셨네요.

연예인도 알아주는 정육점

이름을 말하면 알만한 연예인들의 사진과 싸인도 붙어 있네요. 저는 사실 연예인 방문 맛집에 대한 신뢰는 딱히 없습니다. 뭐 방송에 나온 맛집도 몇 번 가봤지만 맛있는 곳도 있었고, 맛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송에 나오는 맛집들은 연예인들이 정말로 자주 방문하는 곳일 수도 있지만, 사인만 주고 인사치레하는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사실 여부를 알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 누구누구 사인도 있네~", "우와. 여기 자주 와서 먹나 봐." 막연한 추측을 안주거리 삼을 수 있어, 대화의 소재로도 좋고, 매장을 기억하기도 좋습니다. 연예인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겠죠. 하지만 이런 거 믿고 갔다가 여러 번 많이 당하다 보면 저와 같은 소비자들이 생겨납니다. 기대했다가 좀 많이 실망스러운 곳도 있어서 그런지, 유명세에 대한 시선이 약간 회의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제가 고기 상태랑 맛만 보고 찾아온 터라,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주는 메시지에 힘이 실리네요. 아무렴 연예인은 뭐 사람 아닙니까. 맛있고 품질 좋은 거 먹고 싶은 건 모두가 다 똑같죠~ 그리고 사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깐, 제가 무슨 미식가에, 유명 품평가인냥 주둥아리를 나불댄 것 같아 민망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눈과 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고기의 마블링을 보고 부위를 맞춘다든지, 고기에 혀만 갖다 대면 감격해서 옷이 해체된다든지 그런 거 전혀 못합니다. 다만, 그냥 평범한 저 같은 사람도 한번 운 좋게 선물 받은 고기를 먹어봤을 때, 그냥 뭔가 다른 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요? 훌렁훌렁 목구멍으로 넘어간다고 해야할까요? 딱히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이런 거에는 너무 오버하면 괜히 없던 기대만 더 생기고, 괜히 안 생겨도 됐을 실망감만 억지로 생기니. 그냥 궁금하시면 사서 드셔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고기 감상하세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기가 너무 부드럽네요. 부위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또 재밌습니다. 다들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살치살, 삼각살은 4층까지 있었고, 치마살은 3층까지 있었네요. 양이 정말 많아서 온 식구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고기-상차림
고기 상차림
고기-굽는-모습
고기 굽는 모습
고기쌈
고기쌈

매일 영업해요
031-711-9242

영업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09:30~21:00 까지네요. 사장님 정말 존경합니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휴일이 있어도 좋으니 오래오래 해주세요~ 예약 가능하고 포장도 가능하고, 저처럼 선물세트 주문 픽업도 가능합니다. 주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로22번길 8 무지개상가 가동 101호이고, 내비에 "한우돈가 정육점" 치면 나오더라고요. 그럼 구독자 여러분 (지금은 유일한 구독자 한 명이자 내 사랑 아내) 모두 맛있는 고기 드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