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팔방미남입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차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피렌체 기차역에서 출발해 나폴리를 거쳐 소렌토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소렌토에서 해산물을 잔뜩 먹을 생각에 군침이 도네요. 그럼 출발해봅시다!

공항 렌트카 반납하기

9시에 아침을 먹고 2시간 거리를 달렸네요. 반납이 최대 11시까지인데 늦을까봐 조마조마해 하면서 운전했습니다. 렌트카 업체에 돌려주기 전에는 기름도 가득 채워서 반납해야합니다. 주유까지 해야하니 마음이 더 급했는데, 공항 근처에 다행히 주유소가 있었습니다. 다만 사람이 직접 주유해주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좀 비싸네요. 디젤 1리터에 2유로가 넘어갔습니다. 1.7유로까지도 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제 차가 아니다보니 주유구를 어디서 열어야하는지 몰랐는데, 직원분이 알아서 열어줬습니다. 주유구는 우리 나라처럼 운전석에서 여는 방식이 아니라, 주유구 뚜껑을 누르는 방식이더라고요. 참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재밌네요.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 이용하기

제가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애초에 차를 빌리러 갈 때도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탔을 텐데요. 몰라서 저희는 마을 버스를 이용한 바람에 캐리어 2개 끌고 비포장도로에서 꽤나 고생했습니다. 공항에는 렌트카 업체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으니, 차 빌리시는 분들은 공항에서 꼭 이 장소를 찾아서 편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트렌을 타고 피렌체 기차 역으로 오다

트렌을 처음 타 보는데, 기본적으로 버스 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트렌 바로 앞에 기차 표를 구매하는 기계가 있었고, 이 티켓을 트렌 안에 있는 노란 기계에 찍으면 됩니다. 작고 아담한 기차인데, 그냥 우리 나라의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피렌체 기차역에 도착해, 기차역 내에 있는 맥도날드 옆 Piadina라는 까페에 들어와서 1시간쯤 후에 올 나폴리행 기차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희는 나폴리를 거쳐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소렌토로 갈 예정입니다.

아내와 모카치노 마시며 기다리기

까페에서 기다리며 모카치노를 시켰는데 굉장히 귀여운 사이즈의 잔에 커피가 나오네요. 아내는 달콤씁쓸하다고 하네요. 말이 나온 김에, 제가 경험한 이탈리아 커피는 기본적으로 좀 쓰네요. 여기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먹나봅니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히 높은 나라이기에 아마도 이게 원조에 가까울 지는 모르겠으나, 스타벅스와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에 익숙한 제 입에는 그냥 에스프레소처럼 쓰네요.

이렇게 커피가 쓰지만, 그래서일까요? 비스켓 종류들은 굉장히 달달합니다. 전 과자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피렌체에서 잠깐 머문 Velona’s Jungle의 베로니카가 저희에게 선물로 준 비스켓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안에 견과류들이 들어있고 바삭바삭한 식감인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쓴 커피와 달달한 쿠키의 조합은 나쁘지 않습니다.

나폴리행 기차 이딸로 트레노(italo Treno)를 타다

기차가 40분 정도 딜레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굉장히 덥고 힘드네요. 하지만 기차를 타니 피로가 좀 풀립니다. 이탈리아 기차는 상당히 편안했습니다. 알고보니 아내가 꽤 높은 등급(prima)의 좌석을 구한 것이더군요. 저희 등급의 짐칸에서는 도난에 대한 위험도 비교적 적어서, 안심하며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비행기처럼 음료수나 과자를 줍니다. 제가 느꼈던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비스킷(Biscuit)과 크래커(Cracker)를 구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냥 다 과자였는데, 서양 사람들에게는 이 둘을 분류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 보이네요.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가는 방법 : 캄파니아 익스프레스(Campania Express)

나폴리에 도착하기 직전, 아내가 좋은 정보를 알아냈어요.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가는 사철(사기업이 운영하는 열차)을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도난의 위험도 많고, 비좁은 곳에서 서서 가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안전한 여행을 위한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캄파니아 익스프레스라고 하는 서비스인데, 여행객들이 특정한 장소(Meeting Point)에서 모였다가 승무원이 같이 이동해주네요. 한 사람당 왕복 25유로씩만 더 내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역 내에서 개찰구를 통과하시면 안되고, 표 판매하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표지판에서 치르쿰베수비아나(Circumvesuviana)라는 문구를 찾아서 이동하세요.이 요상한 문구는 소렌토로 향하는 지방 철도선의 이름입니다. 혹시 모르시겠으면, 캄파니아 익스프레스 표를 들고,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어보세요. 저희도 역내 직원에게 물어물어 다행히 도착했습니다. 죄다 여행객들이네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게 비싸서 대부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여행객들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안전하겠죠.

시간이 됐습니다. 승무원 두 명의 인솔 하에 저희를 포함한 여행객들이 같이 열차로 이동을 합니다. 나폴리 역 안은 그래피티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열차도 그래피티로 도배가 되어 있네요. 나폴리 사람들은 그래피티를 좋아하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허름한 건물 외벽의 그림 수준이 상당히 높네요. 물론 오줌 찌린내도 나네요. 아 마스크를 쓴 제 입에서 나는 건가요? 어쨌든 역 안은 담배 냄새도 가득하고, 지저분한 느낌이지만 이건 나폴리의 멋이라면 또 멋이네요.

열차 내부는 깔끔합니다. 그리고 인원도 저희만 타기 때문에 상당히 널널합니다. 소렌토까지 편하게 가겠네요. 다만 저는 지금 화장실이 좀 급한데, 화장실은 없어보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철과 비슷한데, 좌석은 버스처럼 되어 있습니다.

승무원 두 명이 동행을 합니다. 중간에 열차가 설 때마다 이 캄파니아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찾아 안으로 안내해 주는 역할도 하네요. 아 그리고 참고로 탑승하실때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 좌석에 앉으시면 경관이 좋습니다.

소렌토에 도착하다

한 시간 반이 좀 지났을까요? 드디어 소렌토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네요. 저희는 현지에서 에어비앤비처럼 집을 빌려주는 니꼴라부부를 만났습니다. 굉장히 친절하시네요. 니꼴라씨가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는 듯한데, 영어로 소통이 좀 어려워서 파파고를 꺼냈습니다. 마이크에 대여러분도 혹시 소통이 좀 어려운 경우 파파고를 이용하시죠. 관광료를 하루에 1인당 3유로를 받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총 3일을 이용하니, 18유로를 줘야하네요.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현금 드렸습니다. 혹시 몰라서 여행 경비 중 20만원 정도는 현금으로 바꿔놨는데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미안하지만 매연의 도시, 소렌토

아내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온갖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기름냄새, 매연냄새, 담배냄새… 마스크를 썼음에도 전혀 방어막이 되질 않네요. 공기 질이 별로 좋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경찰이 중간중간 보이네요.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치안은 좋아보입니다.

La Cantinaccia del Popolo에서 저녁을 먹다

이 근방에서 꽤나 유명한 트라토리아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줄이 엄청나게 기네요. 덩치가 엄청 큰 남자가 나와서 웨이팅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차례가 되어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고기가 천장에 매달려있고, 냉장고 진열장에도 가득 있어서 식욕을 자극하네요. 저희는 [Le insalatone]에 있는 Caprese를 시켰습니다. 카프레제 맛이 일품이더군요. 스파게티는 2종류 시켰는데 [Primi Piatti]에 있는 Spaghetti alla Peppiniello 라는 토마토 베이스 스파게와 Spaghetti alle Vongole Veraci라는 봉골레 스파게티였습니다. 저는 원래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봉골레가 조금 더 제 입에 맞더라고요. 그리고 튀김도 맛있었습니다. [Secondi Piatti di Pesce]에 있는 Frittura di pesce라는 메뉴였는데 생선을 잘 튀기더군요. 전체적으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저희가 주문 전에 소금 조금만 넣어달라고 한 요구도 잘 들어주더라고요.

마무리하면서

오늘은 소렌토로 온 첫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기대하던 스쿠터를 타는 날이네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자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