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팔방미남입니다. 오늘은 오전에 아내와 성프란체스코의 고향이라는 아시시(Assisi)로 가보려고 합니다. 저녁에는 아내와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놀다 오기로 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다

숙소에서 아시시를 향해 운전하고 오다보니 어느새 오후 3시네요. 슬슬 배고파지기도 했고, 잠시 쉴겸 지나가다 보이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매장이 굉장히 깔끔하고, 키오스크도 다 설치되어 있어서 큰 불편함이 없었어요.

익숙한 메뉴를 시켜도 해외에서 먹는 맥도날드는 좀 다르긴 하네요. 패티가 육즙이 가득하고 살 많이 찔 것 같은 맛이 납니다. 그리고 주문할 때 우리나라처럼 케찹이 무료가 아닙니다. 케찹도 돈 주고 주문하셔야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 당연한거죠. 우리나라에서 케찹이 공짜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성프란체스코의 고향에 오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해 아시시에 도착했습니다. 성프란체스코의 고향이라고 해서 마을을 살펴보니, 인파도 적고, 뭔가 성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마을이 굉장히 조용하네요. 걸어가는 내내 어르신들을 상당히 많이 봤습니다. 저는 숨이 턱턱 막히던데 저보다 언덕을 훨씬 잘 오르시네요.

마을을 통해 계속 직진하다보니 어느새 메인으로 보이는 성당 하나가 나옵니다. 하얀 벽돌로 지은 듯한 이 성당의 내부에도 들어가봤습니다. 그림들이 어마어마하네요. 그리고 굉장히 시원했습니다.

토스카나의 언덕에서 인생샷을 찍다

생각보다 성당에서 오래 보낸 탓에 저녁 노을이 지는 황금시간을 놓칠 것 같아 조마조마했습니다. 검시카메라도 우리 나라처럼 도로 위에 명확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내비게이션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보니 타지에서 속도를 내기가 무섭더군요. 그냥 다른 차들을 보며 적당히 속도를 맞추어 운전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 두 시간정도 달리니 저희가 원하던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길목마다 영화의 한 장면같은 동산들이 나와서 아내와 환호성을 질렀죠. 저희는 황금타임을 놓칠새라 정신을 가다듬고 목적지까지 안전히 도착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림 같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죠. 저희는 이 짧디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달렸습니다. 풀숲을 헤치며 나가니 종아리에는 가지들이 스쳐지나갔고, 알 수 없는 벌레들과 혼연일체가 되었죠. 그렇게 달리고 달리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산 하나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인지 아닌지 잘 모를 때는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리고 삼각대를 세워 놓은 사람이나 사진 작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은 명소가 맞습니다.

저희는 미친듯이 찍어댔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로 작가와 모델이 되어 자연을 병풍 삼아 열심히 촬영했습니다. 아둥바둥대는 두 동양인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한 서양 남자분이 웃으시며 저희를 찍어주시겠다고 하고, 커플 사진을 찍어주시더군요. 사진 찍힌 구도를 보니 뭔진 몰라도 전문가처럼 느껴져 엄지척을 날려드렸죠. 그렇게 아내와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서 히 저물어 갔습니다. 해가 지는 모습을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본게 얼마만일까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낀 저녁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최악의 경험, ZTL

자 이제 멋진 풍경도 봤겠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저녁 식사는 그냥 숙소에서 간단히 라면으로 떼우자며 하하호호 웃을 때까지만 해도, 저희 부부에게 닥칠 시련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간 장소가 애초에 들어갈 때부터 생각보다 접근이 어려운 장소였습니다. 마을 골목길 이곳저곳을 지나 차 한 대 겨우 지나갈법한 아치형 돌다리도 지나야했죠.

저희의 잘못이라면 돌아가는 길을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갔을 뿐입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죠. 이상한 마을로 안내를 하더니, 그 길목에 ZTL 표지판 같아 보이는 것이 서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 촬영중 모양이 있고, 글씨를 보니 레지던스 어쩌구라고 써있어서, 아마도 거주자 지역이라 저희처럼 여행자는 통과하면 안되는 구간처럼 보였습니다. 알 수 있어야 말이죠. 내려서 현지인과도 대화해봤지만, 영어 소통이 어렵다보니 사진과 손짓 몸짓으로 대화했습니다. 결론은 지나가지 말고 돌아가라더군요. 지나온 길을 몇 번씩 돌아갔습니다. 또 다른 마을로 안내하더군요. 이 마을에는 빨간 동그라미 투성이였습니다. 정말 빨간 동그라미를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더군요.

한 2시간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했습니다. 이제는 너무 어두워져 하이빔을 켜야만 앞이 보였죠.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운전하다보니 아내는 옆에서 초긴장 상태로 숨 죽이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도 빨리 활로를 찾고 싶었죠. 미친 듯이 달리다보니 숙소까지 20분. 드디어 도착했나 싶었더니 한 표지판이 저희를 망설이게 하더군요. 똑같이 촬영중 표지판이었습니다. 너무 지쳐서 이제는 벌금을 물고 그냥 통과하고 싶더군요. 네비게이션을 박살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한번. 마지막 한번만 더 돌아가자는 마음에 아까 지나쳤던 피엔자 표지판을 보고 가기로 했죠. 마침 네비게이션이 새로 설정한 경로도 그쪽으로 향했기에, 저희는 그 마지막 길을 갔고, 그 선택은 맞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숙소에 무사히 잘 도착했죠. 하지만 밖에서 극도의 긴장 속에서 거의 3시간 넘게 운전하게 됐습니다. 그놈의 ZTL 때문에 말입니다. 이제 빨간 동그라미만 보면 아주 그냥 찢어버리고 싶습니다.

숙소에서 편안히 쉬다

겨우 돌아와 샤워를 하고나니 진정이 좀 되네요. 오늘은 정말 심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네요. 그래도 이렇게 숙소에 돌아오니 마음이 좀 풀립니다. 내일은 소렌토로 갈 예정이라 이동하기 바쁘겠네요. 얼른 눈 부치고 활기찬 내일을 맞이해야겠습니다.